태국의 시골 생활🇹🇭
여든이 가까운 아버지를 모시고 살려면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처가가 있는 북부 지역에 갔을 때, 제가 어릴 적 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소를 키우며 농사 짓던 모습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개구리와 새를 잡아 구워 술 한잔하시고, 붕어를 잡아 무조림으로 밥을 맛있게 드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는 소뿐만 아니라 닭, 토끼, 개, 돼지도 키웠었죠. 그래서 저도 태국에서 소소하게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큰 돼지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니 돼지를 구입했는데, 이 녀석이 자꾸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더군요. 다행히 똑똑해서 스스로 잘 돌아옵니다.
아버지가 참새 구이를 좋아하셔서, 비비탄 총을 구입해 연습 중입니다. 쇠구슬이 나가는 리볼버 권총도 구입했는데 꽤 쓸 만하더군요. 아버지와 함께 소소한 취미로 즐기기 좋겠습니다.
또, 아버지께서 바둑을 좋아하셔서 주변 분들에게 바둑판을 선물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놀랍게 태국에도 바둑협회가 생겼고, 많은 사람들이 바둑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태국의 대기업 CP그룹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이 바둑을 후원하고 있어서, 바둑 실력만 좋으면 대학이나 취업이 보장될 정도라고 합니다.
붕어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작은 저수지를 만들고 물고기를 기르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강이나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지만, 낚시 금지 기간에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소유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합니다. 낚시 금지 기간은 산란기인 5월부터 8월까지입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개인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잡으면 다시 놓아 줍니다.
아내의 친지 중에 소를 키우는 농장이 있어 자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는 낚시도 하고 바비큐 파티도 즐깁니다. 경운기 엔진을 개조한 트럭을 타고 다니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아버지께서 경운기를 구입하시고 나서는 소를 키우지 않으셨습니다. 농사용이었는데, 여기서는 경운기가 다목적으로 활용되는 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농장에 원두막을 지었는데, 이곳은 앞으로 레스토랑과 집, 수영장을 지을 부지입니다. 이곳에서 한국 야채 농사를 지어 전국의 한국 음식점에 납품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제사는 모두 겨울에 있습니다. 겨울은 노인들 건강에 해로운 계절로 잘 알려져 있죠. 추위는 노인들의 신체 기능을 약화시켜 감기, 독감,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는 여름에 제사를 지낸다는 친구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이제는 겨울이 노인들에게 위험한 계절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안 어들들이 모두 겨울에 돌아가셔서 아버지를 꼭 태국에 모셔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만약 아버지를 모시고 오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겨울철만이라도 이곳에서 지내실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계획입니다.
태국의 시골 생활은 단순한 삶이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과 자연 속에서의 평온함이 있어 소중한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